P.37~38
내 삶을 지켜준 사람들
고속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첫 직장 생활 시절, 나는 버스에서 내리기 전 기사님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속버스 사고 소식이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가운데 반년이 넘는 기간을 내가 사고 없이 다닐 수 있도록 안전하게 운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기사님은 그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지만, '내 일상이 그분들의 노력 덕분에 지켜지는구나' 싶어 감사했다.
타인의 노력이 없다면 나는 몸도 마음도 지금처럼 성하지 않고 훨씬 불편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내 삶이 안전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공기와도 같은 익숙한 환경이 늘 그 자리에 있기 때분이다. 그러니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게 옳다.
나를 항상 지지해주고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소중한가. 평생 함께할 거라 믿었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들의 존재가 결코 당연하지 않았음을 새삼 깨닫는다.
만약 쑥스럽다는 이유로, 혹은 괜한 자존심 때문에 표현하지 못한 마음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한마디라도 전했으면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밥상을 차려주시는 부모님에게 잘 먹었다는 간단한 인사말이라도 좋다. 힘든 일을 겪는 친구에게 안부를 물으며 힘이 되는 말 한마디를 건네거나 오늘도 사랑한다는 고백으로 연인과 하루를 시작해 보자. 그들도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그런 표현을 해왔을 것이다. 표현방식은 관계에 따라 다를지도 모른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 속뜻은 당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하나의 메시지로 통일될 것이다.
유아기 때부터 함께 자란 오랜 친구가 있다. 어릴 땐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서로 잘살며 잘되길 바라는 친구다. 30대 중반즈음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는 늘 얘기했던 것처럼 직장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불평불만을 얘기했다.
"왜 나는 인복이 없는 거지? 직장이 좋으면 사람이 문제고, 사람이 좋으면 직장이 어렵고, 대체 뭐가 문제일까? 주변사람들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해..... 사람들이 이상해..... 대체 뭐가 문제인거지?"라고 나는 구구절절 얘기하며 물었다. 사실 뭐가 문제인지 알고싶었다.
그때 그 친구는 나에게
"내가 친한 사람한테도 조언 같은 거 안 하는데 너니까 얘기할게" 하더니
"너는 너무 징징거려. 예전부터 계속...... 일은 일대로 다하면서 인정도 받는데 왜 그렇게 징징거려. 너가 생각을 바꿔봐.
너가 문제일 수도 있어." 한참을 얘기들으며 나는 멍했다.
나는 순간 뭐에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너무 창피하고 '내가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친구와 헤어지고 오는 길 나는 많은 생각을 하며 나를 돌아봤다. 오랜 생활 직장 생활하며 몇 번의 이직을 떠올려보니 정말 나는 좋은 얘기보다 직장과 동료들에 대해 불만이 더 많았던 거 같았다.
친구는 내가 얼마나 철이 없어 보였을까... 그리고 불평만 늘어놓는 친구가 얼마나 한심스러웠을까....
그 이후 난 그 친구에게 주변의 불평불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불평을 하기보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모르면 가르치고 함께 가는 법을 배워간다. 내 생각과 행동이 바뀌니 주변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진다.
몇 해 전 직장에 서너 살 어린 사람이 들어왔는데 4년을 함께 일하며 정말 4년 동안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이었다. 1년을 좀 넘겼을 때 이직 하겠다고 해서 붙잡았다. 가르쳐서 함께 오래 일하고 싶었다. 그 사람이 맘에 들어서가 아니라 예전에 나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육아휴직과 코로나로 2년을 보내고 복직 후 몇 달안 되어 결국 이직했다. 마지막은 잡지 않았다. 왜냐면 모두가 그 사람이 나가길 원했고 나도 원했다.
지난날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때 친구는 나를 얼마나 안타까워했을까.... 그럼에도 함부로 말하지 않고 내가 깨닫길 지켜봐 주고 있었던 거다. 아마 더 어린나이에 나에게 조언했다면 난 싸웠을지도 모른다. 그 친구는 그때 그 전 나의 삶을 지켜주고 있었고 그 이후 나의 삶도 지켜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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